동쪽을 보지 말고 서쪽을 보라
mRNA 백신이 코로나 팬데믹의 종식을 주도하고 있다. 불활성화 바이러스나 단백질로 면역을 유도하는 기존의 백신 제조 방식은 10년 이상의 개발 시간과 수조원의 개발 비용이 필요했다. mRNA 방법은 원하는 항원의 유전자 서열만 알면 즉각 만들어 낼 수 있다. ‘화이자

mRNA 백신이 코로나 팬데믹의 종식을 주도하고 있다. 불활성화 바이러스나 단백질로 면역을 유도하는 기존의 백신 제조 방식은 10년 이상의 개발 시간과 수조원의 개발 비용이 필요했다. mRNA 방법은 원하는 항원의 유전자 서열만 알면 즉각 만들어 낼 수 있다. ‘화이자’는 이 방식으로 단 11개월 만에 코로나 백신을 만들어냈다. mRNA 백신의 개념은1970년대에 이미 있었지만 전달 효율이 낮고 면역 반응이 심한 문제로 현실화의 문턱을 넘지 못했었다. 상용화의 문을 연 것은 mRNA를 체내로 실어 나를 ‘지질나노입자’의 개발이다. 이 벽을 넘은 것이 지금의 ‘모더나’와 ‘바이오엔테크’사의 과학자들이다.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 제약 기업들이 21세기 최대 팬데믹 종식의 선봉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을 보유한 국가에서 승전보들이 들려오기 시작하고 우리는 부러워하고 있다. 컴퓨터나 반도체 분야가 그랬듯 생물학과 의학 분야도 기업이 발전을 주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있다. 산업 혁명 이후 인류사의 흐름은 정치인이나 사상가에서 포드, 마이크로 소프트, 애플과 같은 기업으로 넘어갔다. 이제 사람들은 마르크스 같은 사상가가 아니라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기업가에서 영감을 얻는다.
인류에서 대규모 전쟁이 사라진 것은 폭력적 전쟁이 경제 전쟁으로 바뀌고 전 세계가 경제적 득실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기업이 군대요 무기인 셈이다. 오늘날 우리의 국제적 지위도 반도체와 IT분야의 막강한 저력에 힘입은 바를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례없이 길어진 수명과 4~5년 간격으로 변종 바이러스의 유행이 생명을 위협하는 21세기의 다음 전선은 바이오 분야이다.
운이 좋게도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에 가장 특화되어 있다. 송도 경제자유구역은 단일 도시로 세계 최대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해 바이오 분야 기업이 60개사가 넘게 입주하고 있다. 배후에는 유타-인하 DDS 및 신의료기술개발 공동연구소, 이길여 암당뇨연구원 등의 연구 기관이 포진되어 있다. 연구개발-임상-검증-생산의 밸류 체인이 갖춰져 있는 유일한 도시이다.
최근 인천시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기업과 인하대병원, 가천의대, 인천대학 등 연구기관을 모은 인천 바이오 헬스밸리 추진협의회를 통해 정부의 ‘K-바이오 랩허브 구축’ 사업 공모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신약개발 창업기업 육성을 위한 총사업비 3350억원 규모의 중앙 정부 사업이다. 이 사업의 유치는 인천이 바이오 클러스터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지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인구 3만명의 어촌이었던 중국 심천은 IT의 파도를 타고 세계 최고의 액셀러레이터 도시로 1인당 GDP 중국 1위 도시로 성장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는 수천 개의 4차 산업 스타트업 기업이 집중되어 스타트업 생태 가치가 서울의 3~5배로 평가되고 있다. 조선 시대 이후 모든 자산과 욕구가 서울에 올인되어 있는 기형적 중앙집권 국가 한국에서 심천이나 텔아비브와 같은 세계적 유니콘 도시가 나타날수 있을까?
지금부터 10년은 우리가 세계 급의 도시가 될 절호의 기회이다. 서울이 있는 동쪽을 보지 말고 세계와 연결된 서쪽을 봐야한다. 낙수효과를 기대하지 말고 독자적 유니콘 도시를 꿈꿔야 한다. 수도에 대한 선망을 끊어내고 예속과 굴레에서 벗어나야 세계적 도시 인천이 태어날 수 있다. 5년 전 인류 최초의 인공 세포가 한 벤처 기업가의 연구소와 대기업의 합작으로 태어났다. 이 합성 생명체의 DNA 안에는 연구자들이 워터마크로 집어넣은 핵물리학자 오펜하이머의 금언이 새겨져 있다. ‘있는 대로 보지 말고 가능성을 보라.’ 정부도 서쪽을 봐야한다. 현재에 갇혀 있지말고 미래를 보는 혜안과 의지가 필요하다.
출처=인천일보 2021년 6월 23일자 19면 <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