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벌리스트 민은정 인터브랜드 한국지사 C...
창의성은 통찰력, 낯설게 보고 몰두하는 힘이 본질 리더는 성실함보다 큰 꿈에 도전하고 실천해야 동문 각자의 브랜드 가치가 모여 모교 가치 돼 인하대, 시대에 맞는 정체성 재정립 할 시기 대부분의 전문지식, 전공수업에서 배운 영역 수많은 히트 브랜드를 탄생시킨 브랜드 버

창의성은 통찰력, 낯설게 보고 몰두하는 힘이 본질
리더는 성실함보다 큰 꿈에 도전하고 실천해야
동문 각자의 브랜드 가치가 모여 모교 가치 돼
인하대, 시대에 맞는 정체성 재정립 할 시기
대부분의 전문지식, 전공수업에서 배운 영역
수많은 히트 브랜드를 탄생시킨 브랜드 버벌리스트(verbalist) 민은정(영문89) 인터브랜드 한국지사(INTERBRAND KOREA) CCO는 2019년 <브랜드;짓다>를 출간했다. 동서식품 카누·티오피, 현대차 코나, 기아 오피러스·셀토스, KB국민은행 리브, 신한은행 쏠, 인천 루원시티(LU1 CITY), 두산인프라코어 사명 등이 민 동문이 만든 이름들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슬로건 ‘Passion. Connected., 하나된 열정’도 그의 작품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모바일 지식콘텐츠 서비스 SERI CEO에서 ‘브랜드의 언어’를 강의하고 있기도 한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1. “버벌리스트를 우리말로 해석하면 ‘브랜드 언어 전문가’입니다. 브랜드의 언어적 요소, 즉 이름, 슬로건, 스토리 등을 개발합니다. 대외적으로는 브랜드의 이름을 만드는 사람으로 많이 알려졌죠.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은 내가 한 일의 결과를 일상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라는 사람은 누군지 몰라도, 제가 만든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2. “이름과 슬로건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면서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상대방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하죠. 한마디로,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그 바탕에는 똑같은사물이라도 남들과 다르게 볼 수 있는 자신만의 관점이 필요합니다. 이 능력을 키우는 길은, 평소에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 충분히 이해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3. “인간의 창의성과 관련해 세 영역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첫째 , 스 티 브 잡 스 가 이야기한 Connecting the dots입니다. 점과점을 이으면 선이 되듯, 서로 연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연결되어 새로운 것을 탄생시킨다는 뜻입니다. 이 말이 창의성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창의성이란 아예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관련 없어 보이는 것에서 연관성을 찾는 통찰력입니다.
둘째, 낯설게 보는 능력입니다. 익숙하고 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낯설게 봄으로써, 숨어 있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하죠. 제가 작업한 이름 중에 GS25의 PB브랜드 ‘유어스(YOU US)’가 있습니다. ‘당신의 것’이라는 의미의 ‘YOURS’는 누구나 아는 쉬운 단어지만, 낯선 눈으로 뜯어보면 ‘당신과 우리’라는 뜻의 ‘YOU’와 ‘US’가 보입니다. ‘유어스(YOU US)’는 익숙한 단어를 낯설게 보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이름이죠.
셋째, 몰두하는 힘입니다. ‘예술가의 공예수업’이라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공예수업 첫날, A반에게는 작품의 완성도로, B반에게는 작품의 숫자로 평가를 하겠다고 교수님이 공표합니다. 학기가 끝나는 날, 최고의 마스터피스는 어느 반에서 나왔을까요? 많은 작품을 만들어본 B반에서 나왔습니다. 깊이 몰두하고 많이 해보는 것이 창의성을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반증이죠.”
4. “카피라이터와 버벌리스트 둘다 언어를 매개로 글을 쓴다는 것은 공통됩니다. 다만 카피라이터는 광고적 관점에서, 버벌리스트는 브랜딩적 관점에서 글을 쓴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브랜딩적인 글쓰기는 장기적인 브랜드 정체성 구축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호흡이 길고 진정성이 있습니다. 결정적 차이는, 버벌리스트는 카피라이터와 달리 브랜드 네이밍을 주력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5.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했던 1990년대 초는 아직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뿌리내리기 전이었고, 우리나라에 이런일을 하는 사람이 몇 명 없었어요. 저 자신도 마케팅, 홍보, 광고 이런 분야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학 때 교양과목으로 선택한 적도 없어요. 그런데, 졸업 후 우연히 브랜딩이라는 일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뒤돌아보면 우연이었지만, 운명이라고 믿고 싶네요.”
6. “직업을 선택할 때는 전공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일을 하면서는 전공 지식이 너무나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음성학, 언어통사론, 언어구조학 등의 이론적 지식이 바탕이 되었기에 지금의 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수업 시간에는 ‘이런 걸 배우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그 수업들을 들었던 걸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쓴 책 <브랜드;짓다>를 읽으신 분들이, 네이밍에 이렇게 깊은 전문지식이 필요한지 몰랐다는 서평을 남기십니다. 그런데, 책에 나타나는 전문지식들이 사실 대부분 전공수업에서 배운 것들입니다.”
7. “최근 몇 년간의 브랜딩 프로젝트들을 되돌아보면, 가장 화두가 되는 키워드가 ‘재정의’입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세상의 변화로 기업의 비즈니스가 하루아침에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결국, 살아남는 기업은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변화에 유연하게 확장해 나가는 기업이죠.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핵심가치를 키우고, 내 존재 의미와 역량을 끊임없이 재정의하면서 대담한 도전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8. “그동안 많은 대학교들의 UI(University Identity)프로젝트들을 진행했었습니다. 인하대 UI도 진행할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기회가 없어 아쉬웠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인하대는 지금 정체성의 혼란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인하대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왜 학생들이 인하대를 지원해야 하는가?’, ‘인하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에 단순하고 강력한 한마디로 답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등학생들의 대학 선택 기준,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 대학의 존재 이유 등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현상을 깊이있게 고민하고, 지금까지 쌓아온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시대에 맞는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할 때입니다.
9. “인하대 졸업생들은 성실하다는 선입견이 있죠. 제가 만났던 후배들도 대체로 성실하고 바른 태도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저 자신도 그런 사람에 속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성실함에 더해 도전적이라는 평가도 많이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세상을 리드하는 사람은 성실한 사람이 아니라, 큰 꿈을 꾸고 그 꿈을 실천하는 사람이니까요.”
10. “사회에서 동문을 만나는 것만큼 반가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동문 활동을 할 기회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기회가 닿는 대로 열심히 참여하고 싶습니다. 또, 저의 경험과 지식을 후배들에게 베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또한 매우 보람 있을 것 같습니다.”
11. “‘브랜드는 스스로를 사람으로 여기고, 사람은 스스로를 브랜드로 여겨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브랜드의 숙명은 가치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인하대의 가치도 같이 높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학의 가치는 결국 구성원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할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인터뷰 정리=김형수 편집주간
